뚝딱뚝딱·복닥복닥…청소년 꿈 영그는 아지트 ‘삶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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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딱뚝딱·복닥복닥…청소년 꿈 영그는 아지트 ‘삶디’
시립 청소년 진로 특화시설 광주시 청소년삶디자인센터
옛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 리모델링 청소년 공간 변신
지구멸망 막는 모내기·동아리 축제·반려동물 가구 제작 등
생활목공방·모두의 부엌·열린수선방 등 일반인에게도 개방
2025년 07월 01일(화) 21:40
옛 학생회관을 리모델링한 삶디 전경.
#지난 6월 7일 광주시 동구 충장로 한복판 광주시 청소년삶디자인센터(이하 삶디) 텃논에서 모내기 행사가 열렸다. 매년 망종(芒種) 즈음이면 열리는 모내기는 벌써 8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구 멸망을 막기 위해 모내기를 시작한 건에 대하여’라 명명된 올해 행사에는 ‘노리’(삶디에서 청소년을 부르는 호칭) 등 40여명이 참여해 토종벼 품종인 다마금과 북흑초를 심었다. 땀을 흘린 후 먹는 새참은 맛있었고, 즐거운 공연도 이어졌다. 10월에는 추수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지난 5월말 열린 삶디 동아리 축제 ‘노리터’는 청소년 기획단이 꾸린 행사로 모두 18개 동아리가 참여했다. 버스킹 공연, 뮤지컬 주인공 되어보기, 초코펜으로 쿠키 꾸미기 등 직접 꾸민 체험 부스와 전시, 공연무대에는 2시간 동안 900여명이 다녀갔다. 또 생활목공방에서 진행된 반려동물 가구제작에 참여한 노리들은 고양이를 위한 미니 캣타워, 햄스터를 위한 작은 은신처 등을 제작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1층의 쉼 공간 ‘어서옵쑈’
생활목공방에서 반려동물 가구를 만든 청소년들.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볼 수 있는 공유부엌.
광주시민들의 추억이 어려있는 옛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이하 학생회관)이 스스로 미래를 창조하며 꿈을 키우는 청소년들의 아지트로 자리 잡았다.

삶디는 지난 2016년 11월 3일 옛 학생회관을 리모델링해 문을 열었다. 광주시는 1967년 11월 3일 문을 연 학생회관이 서구로 이전하면서 활용방안을 두고 고민하다 신축 대신,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해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전남대와 광주YMCA가 광주시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삶디는 시립 청소년진로 특화 시설이다. 청소년이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힘’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청소년들을 돕고 응원하는 게 삶디의 역할이다.

더불어 일부 공간과 프로그램은 일반인에게도 오픈해 ‘함께’ 배우며 성장하는 ‘모든 사람들’의 공간이기도 하다.

◇청소년 맞춤형 공간

건물 곳곳에서는 학생회관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1층 로비에 있는 조명과 나무를 덧댄 피아노는 옛 공연장에서 사용하던 것이며 카페 등에는 문으로 만든 탁자가 놓여 있다. 또 일부 건물 바닥도 옛날 느낌을 그대로 살렸고, 계단에는 ‘기억의 브릿지’라는 공간을 둬 과거와 현재를 연결했다.

지하 1층 지상 6층의 건물을 둘러보면 흥미로운 공간이 많다. 청소년들의 다양한 활동이 펼쳐지는 공간의 이름은 지혜를 모아 공들여 짓는데, 1층에는 요리를 배우고 즐기는‘모두의 부엌’, 청소년 전용 자치활동 공간 ‘노리방’, 누구나 환영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열린 쉼 공간 ‘어서옵쑈’가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슬로우 카페 크리킨디에는 스토리가 담겨 있다. 숲에 불이 나 모든 앞다퉈 도망가기 바쁠 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야’라며 조그마한 주둥아리로 물을 퍼나르기 시작한 크리킨디라는 작은 새에서 이름을 따왔다.

2층은 옛 도서관의 느낌을 살린 ‘열린 책방’, 삼삼오오 모여 공부하는 ‘공유책상’, 휴식을 취하는 ‘소리 없는 방’, 25석 규모의 ‘미니극장’, 소규모 모임이 가능한 ‘와글와글’과 ‘시끌시끌’, 공간 안내와 이용을 돕는 ‘복덕방’으로 구성돼 있다. 카페와 2층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4층은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천과 재봉틀로 쓸모 있는 물건을 만드는 ‘살림공방’, 가공부터 도색까지 직접 피규어를 만드는 ‘피규어 공방’, 사진·영상 촬영과 편집이 가능한 ‘사진방’, 재미난 생각을 시각화하는 디자인 교육 공방 ‘시각디자인방’이다. 5층과 6층은 밴드 연습공간인 ‘합주실’, 공연·강연 등이 펼쳐지는 100석 규모의 다목적 강당 ‘랄랄라홀’, 레코딩 공간 ‘녹음스튜디오’, 댄스 등을 배우는 ‘몸짓 작업장’ 등이 있다.

클래식 무대 등이 펼쳐졌던 학생회관 공연장은 해체한 후 텃논 등 열린 공간으로 만들었다. 건물 밖 학생회관 숙직동과 빈터에는 흥미로운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삶디 ‘생태 건축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한 담양빛담예술학교 5명의 청소년과 건축사가 목조 건축을 공부하며 지은 곳으로 숙직동은 게스트하우스로 고치고, 빈터에는 공유부엌을 지었다.

공유부엌에서는 자연에서 얻은 작물로 음식을 만드는 다양한 프로젝트가 열리며 바로 옆 고화숲밭은 자연을 해치지 않는 농사로 자급자족을 실험하는 텃밭이다.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열린책방
광주시 청소년삶디자인센터는 청소년들이 꿈을 키워가는 아지트다. 삶디에는 공유부엌, 생활목공방, 열린책방 등 다양한 공간이 있으며 모내기 행사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열린다. <삶디 제공>
‘소리 없는 방’
◇흥미로운 프로그램 눈길

삶디에서 ‘호칭’은 정체성을 담고 있다. 스태프는 삶디의 뼈대를 세우고 십대들과 함께 거기에 살을 붙여가는 작업을 해가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벼리’로, 청소년들은 자신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충분히 누렸으면 하는 바람에서 ‘노리’라 부른다. 그밖에 ‘노리’를 다양한 세상과 이어주는 제 3의 어른들을 ‘고리’라는 호칭으로 불린다.

삶디의 프로그램은 무궁무진하다. 청소년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생활목공방 프로그램은 인기가 많다. 매주 토요일 진행되는 ‘손 쓰는 날’에서는 각자 필요한 물건을 고치거나 만들 수 있으며 현재는 직접 가구를 만들어 공간을 꾸미는 가구 제작 프로그램 ‘방꾸 공작소’ 를 진행중이다. 올해 인기 있었던 반려동물 가구제작을 비롯해 업사이클링 가구 제작과 함께 스스로 도구를 익히면서 숟가락, 접시, 쟁반 등을 깎는 ‘느깎기’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간단한 수선이 필요할 땐 ‘열린수선방’, 직접 만든 디자인을 인쇄하고 싶을 땐 ‘인쇄고민 상담소’, 요리와 베이킹을 배워보고 싶으면 ‘요리하는 날’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된다.

‘모두의 창작’은 삶디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공방의 창작활동을 경험하며 손쓰는 재미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다. 지난 6월에는 각각의 공방에서 젓가락·손가방· 마늘브레드·액자 포스터·아이패드로 나만의 음악 만들기 등이 진행됐다.

청소년 동아리 ‘삶디 동’에서는 현재 31개의 동아리가 활동하고 있다. 봉사 모임 ‘쌈뽕’을 비롯해 도담도담(문구류 디자인), 들여쓰기(글쓰기), 파시오네(k-pop댄스), 팔레뜨(뜨개질·재봉), 페르소나(연극) 등 다양한 동아리가 활동중이며 마음 맞는 노리들과 직접 동아리를 만들 수도 있다.

축제 준비로 연습을 하거나 공부할 곳을 찾고 있는 청소년들은 ‘삶디콕’을 통해 미니극장 등을 예약할 수 있으며 다양한 주제로 열리는 ‘팔레트 영화제’, 청소년들의 시선으로 뉴스를 만들어 광주 KBS에서 방영하는 ‘청소년이 만드는 뉴스’ 프로젝트 등 노리들이 직접 참여한 행사들도 눈길을 끈다.

그밖에 ‘N개의 방과 후 프로젝트’는 요리, 목공, 시각디자인, 패션, 음악, 영상 등 희망 분야를 선택해 배우는 프로젝트로 진로탐구에 도움을 주기 위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며 ‘일들의 사전’은 현업 전문가를 만나 관련 직업을 체험하는 기획이다.

박형주 센터장은 “삶디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은 초대장 같은 역할을 한다”며 “청소년들이 프로그램을 즐기다 동기가 생기면 더 깊이 공부하고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며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다.

운영 시간:화~토요일(오전 10시~오후 8시), 일요일(오전 10시~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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