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사람’ - 오광록 서울취재본부 부장
사전투표를 시작으로 21대 대통령선거가 본격적으로 치러진다. 이번 대선은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의 탄핵으로 혼란에 빠진 정국을 수습하는 계기로 평가되고 있어 유권자의 관심도 뜨겁다. 대선 후보 TV토론에 국민의 이목이 집중됐고 각종 여론조사 결과도 매일 달라지면서 국민 여론도 요동치고 있다.
이번 대선 정국에서 호남 출신 두 명의 전직 국무총리가 등장한다. 한 때 대선 주자로도 거론됐던 한덕수와 이낙연인데 한덕수는 국민의힘의 후보 교체 파동 과정에서 ‘하룻밤 대선후보’이기도 했다. 한덕수는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저도 호남사람”을 외쳤다. 과거 출세를 위해 호남 출신임을 숨겼다는 의혹 속에서 터져나온 그의 외침은 지역민에게 고민을 안겨줬다. 호남 출신이니 호남인이 무조건 도와달라는 말인지, 호남인을 부정해야 했던 과거에 대한 반성인지를 구분하기 힘들었다. 호남에 대한 그의 인식이 언제나 그랬듯, 한덕수는 단 한 번 ‘호남사람’을 외친 뒤 호남을 떠났고 대선기간 두문불출했다.
이낙연은 빠져나갈 통로를 만드는 듯한 특유의 화법으로 “저의 한 표를 그(김문수)에게 주기로 했다”고 돌발 발언을 했다. 이 과정에 그는 아버지에 이어 2대째 민주당 당원이었다고 강조했고 ‘괴물독재국가’라는 상징도 만들어 냈다. ‘민주당이 내란종식이라는 이름아래 괴물독재국가의 길로 질주하고 있다’는 그의 분석에 호남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45년 전인 1980년 5월 27일 새벽, 우리는 ‘광주 최후의 항전’으로 이 날을 기억하고 있다. 계엄군의 진격 속에서도 끝까지 전남도청을 지켜낸 시민군의 희생은 한국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역사로 기록되고 있다.
호남은 과거 대선에서도 ‘우리 지역 출신’을 고집하지 않고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탄생시킨 ‘위대한 선택’을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생전에 “반 걸음만 앞서 가라”고 했다. 어쩌면 ‘호남의 덕’만 보고 살았던 한덕수·이낙연은 호남인보다 너무 많이 앞서거나 뒤처져서 걷고 있는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다. 그렇지 않다면 이들은 호남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광록 서울취재본부 부장 kroh@kwangju.co.kr
호남은 과거 대선에서도 ‘우리 지역 출신’을 고집하지 않고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탄생시킨 ‘위대한 선택’을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생전에 “반 걸음만 앞서 가라”고 했다. 어쩌면 ‘호남의 덕’만 보고 살았던 한덕수·이낙연은 호남인보다 너무 많이 앞서거나 뒤처져서 걷고 있는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다. 그렇지 않다면 이들은 호남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광록 서울취재본부 부장 kro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