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히카 대통령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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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히카 대통령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2025년 05월 29일(목) 00:00
일본 다큐 감독 다베이 카즈마는 첫 아이의 이름을 ‘호세’라고 지었다. 얼마 전 타계한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의 이름에서 따 온 것이다. 우루과이에서의 첫 만남 후 여러 차례 무히카 대통령을 취재했던 카즈마는 그의 삶에 깊은 감동을 받아 다큐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일본으로’(2020)를 제작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2014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부터 당신에게’라는 그림책도 나왔다. 무히카 대통령이 2012년 유엔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에서 한 연설 내용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쓴 그림책이다. “우리는 이 세상을 발전시키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 태어난 것입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책은 영어로도 번역됐고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의 꿈’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우루과이에서 그의 정책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리지만 모든 국민이 한 마음으로 애도하고 전 세계가 그를 기억하는 건 ‘아름다운 삶’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군사정권에 맞서 무장 게릴라 활동하며 14년 간 옥살이를 했던 그는 대통령 재임 기간(2010~2015) 동안 소득 90%를 빈곤퇴치 단체에 기부하는 등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 썼다. 또 대통령 관저를 노숙자 등에게 내주고 허름한 집에서 출퇴근했다.

다큐에 등장하는 그의 집은 생각보다 훨씬 더 남루했다. 출퇴근 때 직접 운전하는 20년도 더 된 1987년형 하늘색 폴크스바겐 비틀도 인상깊었다. 노숙자를 위한 주택 건설 현장에서 대통령을 만난 아이들은 그를 ‘페페’(할아버지)라 부르며 달려갔고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는 그에게선 인자함이 넘쳐났다. 무히카 대통령의 모습에선 남겨진 재산이 100달러(14만원)밖에 되지 않았던 프란체스코 교황도 오버랩됐다.

오직 ‘국민’만을 보고 일해온 무히카 대통령을 떠올리며 2025년 대한민국을 생각해 본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악행도 서슴지 않는 이들의 모습에서 참담함을 느낀다. 사전투표가 시작됐다. 국민만을 생각하는, 국민의 대통령을 뽑는 데 신성한 한 표를 던져야 할 것이다. /김미은 여론매체부장me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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