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보 11기 리더스아카데미] 구지훈 창원대 교수 ‘미술로 본 르네상(商)스 돈과 규모로 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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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11기 리더스아카데미] 구지훈 창원대 교수 ‘미술로 본 르네상(商)스 돈과 규모로 풀다’
“르네상스 시대 부르주아 투자, 예술로 피어나”
신흥 부자들 종교·예술에 돈 써
다빈치·미켈란젤로 벽화를
한 곳서 못 보는 것도 돈 때문
2023년 11월 15일(수) 19:10
지난 14일 광주시 서구 치평동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열린 광주일보 11기 리더스 아카데미 강연에서 구지훈 창원대 교수가 ‘미술로 본 르네상(商)스 돈과 규모로 풀다’라는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이탈리아 르네상스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한 건물의 벽화에서 볼 수 있을 뻔한 사실을 알고 있나요? 이 거사는 결국 ‘돈’ 때문에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돈’이 르네상스를 움직였다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았습니다.”

광주일보 11기 리더스 아카데미 강연자로 나선 구지훈 창원대학교 사학과 교수는 지난 14일 강연에서 ‘미술로 본 르네상(商)스 돈과 규모로 풀다’라는 주제로 르네상스 미술의 역사를 풀어냈다.

구 교수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이탈리아지역학, 서양미술사, 서양문화사 등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tvN의 역사 예능 ‘벌거벗은 세계사’에 두 차례 출연하며 세계 미술사의 한 획을 그은 르네상스 미술을 소개했다.

구 교수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이탈리아어를 공부하고, ‘세계 최초의 대학’ 이탈리아 볼로냐대학교에서 미술사학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푸근한 인상을 지닌 구 교수는 예향 도시 광주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면서 이날 다양한 르네상스 작품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풀어 갔다.

르네상스(Renaissance·문예 부흥)는 14~16세기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일어난 문화 혁신 운동이다. 문학·미술·건축·자연 과학 등 여러 방면에 걸쳐 유럽 문화의 근대화에 사상적 원류가 됐다.

구 교수는 귀족보다 돈이 많았던 이들의 ‘투자’에서 르네상스가 비롯됐다고 풀이했다.

“1200년대에서 1300년대 후반까지는 신흥 계급의 관심사가 부상한 시기였습니다. 제가 다닌 세계 최초의 대학 볼로냐 대학도 새로운 시대의 상징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단테의 ‘신곡’은 당대 BTS에 버금가는 문학적 인기를 누렸습니다. 정치적으로 실패한 귀족의 이야기를 다루며 중세인들의 세계관, 가치관을 반영한 것이 인기 비결 중 하나였습니다.”

구 교수는 지옥·연옥·천국 3부로 구성된 단테의 서사시 ‘신곡’에서 ‘연옥’(煉獄)에 대해 적잖은 시간을 할애했다.

“연옥은 지옥·천국에 가기 전에 머무는 일종의 ‘임시 대기소’ 같은 곳입니다. 죽은 사람의 영혼이 천국에 들어가기 전에 남은 죄를 씻기 위해 불로써 단련 받는 곳이죠. 지옥의 형벌을 피하고자 신흥 부자들은 연옥에 집중하고 종교와 예술에 돈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연옥에 있는 자들을 위해 지상에 있는 사람들이 교회에 기부하면 교황이 ‘면벌부’를 써주는 방식이었죠.”

구 교수는 피렌체 정부 청사 벽화로 그려진 ‘앙기아리 전투’에 얽힌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레오나르도와 미켈란젤로는 하나부터 열까지 완전히 달랐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MBTI 성향도 각각 ENTP와 INTJ로, ‘물과 기름’의 성향이었을 것 같네요. 두 거장은 각자 맞은편 벽에 그림을 그릴 예정이었지만 불만족스러운 처우 격차 등 우여곡절을 겪은 뒤 결국 레오나르도의 ‘앙기아리 전투’만 제작되며 맞대결이 무산됐습니다.”

마지막으로 구 교수는 르네상스 미술에 후원을 아끼지 않았던 메디치 가문 건물을 본뜬 미국 연준 전경을 보여주며 “수백년이 지난 지금도 르네상스 시대 부르주아가 쓴 돈이 곳곳에 스며들어 예술로 피어난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면서 강의를 마무리했다.

오는 21일 리더스 아카데미 강연에는 ‘뇌 과학자’ 김대식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교수가 강단에 선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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