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보호종 발견해도 신고 안하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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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보호종 발견해도 신고 안하면 그만?
개발 사업자의 ‘선한 의지’에 기대는 방식, 실효성 의문
유명무실 환경영향평가
2022년 04월 11일(월) 22:20
새끼 삵들이 인부들에게 발견됐지만 적절한 보호조치를 받지 못하고 방치된 채 폐사됐을 가능성이 뒤늦게 제기되면서 환경영향평가의 실효성을 두고 의문이 커진다.

환경당국은 환경영향평가서에서 사업자와 승인기관(함평군) 측에 십여 가지의 의무사항이 담긴 협의 의견을 제시했지만, 막상 개발사업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고 겉도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환경영향평가는 개발사업 시행 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11일 환경부에 따르면 영산강유역환경청은 2020년 6월 함평군 대동면 금곡리 산 66-2번지 일원 166만㎡에 대중제 골프장(27홀) 조성사업에 앞서 환경영향평가서(본안)에서 사업자와 승인기관(함평군)에 준수사항을 제시했다.

문제가 불거진 동식물 관련해서는 사업지 내외에서 법정 보호종(수달·삵·황조롱이 등)이 확인되고 있으므로,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공사 과정에서 법정보호종이 발견될 경우 즉시 공사를 중단하고, 관계기관 및 관련 전문가 자문을 받아 적정 대책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야생동물 보호 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현장을 주기적으로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승인기관과 사업자 양측에 주지시켰다. 동물들의 번식기(5~6월)와 야간에는 공사를 삼가고, 공사 인부들의 야생동물 포획·살생 금지 교육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소형동물의 이동로 확보를 위해 사업지구 내 이동 통로나 터널 등을 설치하라고도 했다.

그러나 막상 공사 현장에선 새끼 삵 보호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서식지 파괴 논란까지 일면서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는 환경당국이나 승인기관이 현장에 상주하며 관리·감독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업자 측의 ‘선한 의지’에 기대는 방식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환경영향평가법은 개발사업 시행 전 환경당국이 사업자 측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 후 환경피해 최소화 방안을 제시하고, 사업자 측은 이를 이행하게 돼 있다. 승인기관은 관리·감독 의무를 갖지만, 인력 및 감독 의지 부족으로 제대로 된 감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줄곧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번 ‘새끼 삵’ 논란 역시 도급공사비 지급 여부를 둘러싸고 도급사와 수급사의 갈등이 불거지지 않았더라면 수면 위로 떠 오르지 못하고 묻혔을 가능성이 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현행 환경영향평가 제도는 개발사업자 측이 위반 사실을 감추면 전혀 알 수 없다는 맹점이 있다”며 “제도 개선을 진지하게 의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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