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별세한 원로 서양화가 황영성 교수 삶과 작품세계
강원도 철원서 출생 6·25 무렵 내려와 광주에 정착
예술적 화는 ‘가족’…생명 공동체에 대한 사랑 추구
2025년 12월 28일(일) 14:50
지난 2023년 도립미술관 전시 당시 포즈를 취한 황 화백.
‘Family Story’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원로화가 황영성 교수가 27일 밤 10시 30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5세.

28일 아들 정후 씨는 “아버지께서 병원생활을 하다 어젯밤에 평안히 눈을 감으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평소에도 굉장히 인자하셨다”며 “그림 주제가 말해주듯 가족들을 사랑하셨고, 이 세상이 모두 가족이라는 철학을 견지하셨다”고 덧붙였다.

1941년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난 고인은 6·25 전쟁 무렵 남으로 내려와 광주에 정착했다. 이후 조선대 미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모교인 조선대 미술대학에서 학장과 부총장을 역임했다. 퇴임 후 광주시립미술관장을 지냈다.

황 화백은 1965년 나주 영산포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국선 입선과 6차례 특선, 국전 문화공보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특히 국전이 주목을 받을 무렵인 1967년 국전에 ‘병동의 오후’가 특선을 수상해 국내 미술계에 주목을 받았다. 1990년대 이후로는 국내를 넘어 미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황 화백이 평생 추구했던 예술적 화두는 ‘가족’이었다. 가족은 이웃과고향은 물론 함께 살아가는 황소까지도 그 범주가 확장됐다. 이산의 아픔을 깊이 감내하며 추구해온 생명 공동체에 대한 사랑과 사유는 그의 작품에 오롯이 투영됐다.

지난 2023년에는 전남도립미술관에서 화업 60년을 반추하는 ‘우주 가족이야기’전을 연 바 있다. 6·25라는 전쟁의 참화에서 겪었던 공포와 아픔, 그리움은 몇 차례 변화를 겪으며 특유의 미학성을 획득하게 된다.

생전에 황 화백은 “나는 가족이란 단어를 좋아한다. 그래서 나의 작업의 주제도 가족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의 그림을 30여 년 그려온 것 같다”며 “처음에 가족에 대한 나의 인식은 그리움이었던 것 같다. 전쟁과 가난이 빼앗아간 나의 가족,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었다”고 말했다.

황 화백은 지역 미술 발전에도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보였다. 대학에서 많은 후학들을 양성했으며, 특히 중학교 시절에는 호남예술제에 참여해 입한 바 있다. 호남예술제 70주년 관련 인터뷰에서 그는 “예술제는 학생들이나 청년들의 작품 발표회 무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며 “특히 호남예술제는 오늘의 광주를 예향(藝鄕)이라는 브랜드로 업그레이드시킨 가장 큰 계기였다”고 회고한 바 있다.

고인은 서울 현대화랑 초대전을 비롯 프랑스, 뉴욕, 중국 북경 등지에서 초대전을 가졌다. 1991년 제25회 몬테카를로 국제회화제 특별상, 1993년 금호미술상, 2004년 이인성 미술상, 2006년 황조근조훈장 수상 등을 통해 대내외에서 작가적 역량을 인정받았다.

한편 고인 빈소는 조선대학교병원 장례식장 2호에 마련돼 있다. 유족으로 부인 김유임 여사, 아들 정후, 딸 지아, 지은 씨 등이 있다. 발인은 오는 30일 오전 8시 30분이며 장지는 영락공원. 문의 062-220-3352.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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