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 법정에 서다”…창작 법정극 ‘침묵의 고백’
24일 오후 2시 30분 나주문화예술회관
2025년 09월 18일(목) 11:49
‘침묵의 고백’ 공연 모습.<나주연극협회 제공>
희망을 노래하던 펜은 왜 어느 순간 민족을 겨눈 칼이 되었을까. 근대 문학의 선구자이자 동시에 친일의 논쟁적 인물로 남은 춘원 이광수. 광복 80주년을 맞은 지금, 그의 이름은 여전히 한국 문학사와 역사 속에서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청소년아카데미 특별기획공연 ‘침묵의 고백’이 오는 24일 오후 2시 30분 나주문화예술회관에서 무대에 오른다(김진호 연출, 송수영 연출).

1991년 시작된 청소년아카데미 특별공연은 청소년과 시민이 역사와 예술을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마련된 교육형 연극 프로그램으로 올해도 의미 있는 무대를 이어간다.

작품은 이광수를 가상의 법정에 세워 그의 글과 침묵, 고백과 변명을 불러내는 법정극 형식이다. 관객은 단순한 방청객이 아니라 배심원이 되어 최종 판결을 내리게 된다다. 결말은 배우의 대사가 아닌 관객의 선택과 양심에서 완성된다.

공연 전후로는 워크북이 배포돼 학생들이 ‘나의 판결문’을 작성한다. ‘민족개조론’, ‘창씨개명’, ‘지식인의 침묵’ 같은 주제를 교과서에서 수동적으로 배우는 데서 나아가 스스로 판단하고 답을 내리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연출은 예인방 상임연출 송수영이 맡았다. 그는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내고 배우의 언어와 관객의 침묵만으로 긴장을 완성하고 싶었다”며 침묵조차 대사가 되는 무대를 통해 역사적 질문이 직접 울려 퍼지도록 했다고 전했다. 법정 구조를 간결하게 재현한 무대는 관객 몰입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극본을 맡은 전문예술극단 예인방 김진호 이사장은 연극배우이자 방송 탤런트로 드라마 주몽, 이산, 옥중화 등에 출연했으며, 창작극 못생긴 당신, 엄마의 강으로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김 이사장은 이번 작품에 대해 “단죄가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연극”이라며 “청소년과 시민이 ‘그 시대에 내가 있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를 스스로 묻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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