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 여유롭게, 미술관 투어
양주시립장욱진 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이우환 공간
어떤 그림이 마음에 들어올까
전남도립미술관 ‘Occupy’전
230여 컬렉션 장욱진 미술관
원주 뮤지엄 산에 ‘간츠펠트’
박수근 미술관 대표작 ‘굴비’
2025년 07월 02일(수) 20:30
양주시립장욱진 미술관
“어릴 때부터 음악과 문학을 좋아했는데 미술은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좋아하게 됐습니다. 음악, 문학, 미술, 여행, 그리고 심리학이 제 마음속에서 일종의 콜라주를 만들어가며 매일매일 그동안 상처입은 마음을 치유하는 느낌을 참 좋아합니다.”

문학평론가이자 작가인 정여울씨가 지난해 ‘감수성 수업’(느끼는 법을 잊은 당신에게)을 출간하면서 밝힌 소감의 일부다. 정 작가는 ‘본업’인 문학 못지 않게 여행과 미술에도 해박한 지식을 지녔다. 고된 여정 끝에 자신의 아픈 마음을 위로해주는 그림을 마주할 때 비로소 해방감을 느끼면서 애호가로 변신했다.

미술에 조예가 있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미술관이나 화집, 영화 속에서 우연히 접한 후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그림이 있다. 이름하여 ‘인생그림’. 그렇다고 누구나 다 아는 유명작품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연히 여행길에 만났지만 자신의 삶 속에 훅 들어와 깊숙이 박힌 ‘평범한’ 그림도 많다.

혹시 자신만의 인생그림을 찾고 싶다면 올 여름 미술관으로 여행을 떠나는 건 어떨까. 본격적인 휴가시즌을 앞두고 전국 곳곳에는 독특한 건축물과 빼어난 컬렉션들을 갖춘 미술관들이 관광객들을 손짓하고 있다. 추억도 쌓고 감동도 얻는, 그야 말로 일석이조의 행복한 예술 여정이다.

전남 광양 도립미술관
#전남 광양 도립미술관

지난 2021년 개관한 전남도립미술관은 지역민들에게는 예술여행의 최적지다. 옛 광양역사에 들어선 미술관에 다다르면 두배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어서다. 먼저 미술관에 다다르면 모던한 감각의 건물 외관과 거장들의 ‘작품’들로 풍성한 조각 공원이 눈을 즐겁게 한다. 사통팔달 기차역에 자리한 터라 접근성이 좋고 탁 트인 공간이 인상적이다.

마침 지난달 개막한 기획전 ‘Occupy: 우리는 연결되고, 점유한다’(6월10~9월3일)는 혼탁한 세상을 예술로 정화시키는 치유의 힘을 역동적으로 풀어낸 의미있는 자리다. 타이틀에서 짐작할 수 있듯 전남 출신 작가 4인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폴란드, 튀르키예, 인도네시아, 중국, 홍콩 출신 작가들이 ‘연대해’ 각자의 사회적 맥락을 담은 예술 언어로 관객과 만난다. 또한 기증전시실에서는 지역출신 작가 고화흠, 양계남, 윤재우, 천경자가 기증한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은 상설 기획전 ‘바람, 빛, 물결’(내년 2월 9일까지)을 만날 수 있다.

#양주시립장욱진 미술관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계명산 자락에 자리한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은 ‘한국의 파울 클레’로 불리는 고 장욱진 화백의 삶과 예술을 만날 수 있는 전국구 미술관이다. 박수근, 이중섭과 함께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장 화백의 예술세계와 업적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14년 양주시와 장욱진미술문화재단이 손잡고 설립한 곳이다.

미술관은 마치 ‘언덕 위의 하얀집’을 연상케 할 만큼 빼어난 건축미를 뽐낸다. 파란 하늘과 순백의 건축물이 빚어낸 아우라는 방문객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현대적인 감각의 외관과 한옥을 떠올리게 하는 이색적인 구조는 한폭의 수묵화를 보는 것 같다. 특히 자연을 거스리지 않는 설계와 ‘동물가족’, ‘집과 아이’, ‘가족’ 등 230여 점에 달하는 컬렉션에서 미술관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원주 뮤지엄산 워터가든에 자리하고 있는 알렉산더 리버만의 ‘아치웨이’.
#원주 뮤지엄 산

올 여름 강원도로 휴가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명품 미술관이다. 접근성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입소문을 타면서 매년 휴가시즌에는 전국 각지에서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웰컴센터에서 표를 끓고 미술관 정문을 통과하면 화사한 꽃들과 아름다운 조각상들이 어우러진 가든(garden)이 방문객을 기다린다. 80만 주의 붉은 패랭이꽃과 자작나무가 인상적인 플라워 가든,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며진 조각정원, 뮤지엄 본관이 물위에 떠 있는 듯한 워터 가든, 돌로 만든 전시관으로 구성된 스톤 가든, 제임스터렐관이 2.5km로 이어져 있다. 뭐니뭐니해도 뮤지엄산의 하이라이트는 제임스 터렐의 전시관인 작품 ‘간츠펠트’. 관람객들은 시시각각 다양한 색상으로 변화하는 전시관의 스크린을 통해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빛의 매력과 공간의 무한함에 빠진다.

#양구 군립 박수근미술관

원주 뮤지엄산의 감동을 이어가고 싶다면 강원도 양구군에 자리한 박수근미술관도 들러볼 일이다. ‘국민화가’ 박수근 화백의 삶과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는 군립 ‘박수근미술관’(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박수근로 265-15)은 1만8480㎡의 박 화백 생가 터에 건립한 2층 건물로, 그 자체가 ‘작품’이다. 지난 2002년 유화가 한 점도 없는 ‘무늬만 박수근 미술관’으로 개관했지만 박명자 갤러리현대 대표가 미술관의 딱한 사정을 접하고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굴비’를 기증해 미술관의 ‘체면’을 세워준 일화는 유명하다. 여기에 지난 2021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족이 ‘아기업은 소녀’ 등 유화 4점과 드로잉 13점을 기증한 덕분에 유화 작품 17점, 드로잉 작품 112점을 보유하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 이우환 공간
#부산시립미술관 이우환 공간

이우환 공간은 세계적인 현대미술관이자 단색화의 거장인 이우환 작가의 예술세계를 조명하기 위해 지난 2015년 이우환 작가의 기증을 모태로 개관했다. 경남 함안 출신이지만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인연으로 일본 나오시마에 이어 그의 이름을 딴, 국내 유일의 미술관이다. 1960년대 후반 일본과 유럽에서 전개된 전위적 미술운동 모노하를 주도한 그의 예술철학에 초점을 맞춰 단순한 전시관 이상의 깊은 사유와 감동을 전하는 공간으로 설계됐다.

미술관 1층에는 이우환 작가의 대표작인 ‘관계항-좁은 문’, ‘물(物)과 언어’가 전시돼 있으며, 2층에는 ‘선으로부터’, ‘점으로부터’ 등 작가 특유의 점과 선의 미학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글·사진=박진현 기자 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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