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문화예술 심장이 다시 뛸 때 - 장현우 예술문화기획자
2025년 07월 01일(화) 00:00
쨍한 햇살 아래, 광주의 거리는 오늘도 고요하다. 오가는 발걸음은 드물고 낡은 상점 간판 위로는 먼지만 쌓여간다. 한때 활기 넘치던 이 도시의 심장이 마치 멈춰 선 시간처럼 느리게 뛰고 있는 건 아닐까? 인구 140만 명이 무너졌다는 소식은 단순한 숫자가 아닌 우리 도시의 미래를 향한 경고음처럼 들린다. 광주가 탈산업화 시대를 맞아 새로운 활력을 찾아야 하는 이 시점에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물론 광주는 미래를 위한 씨앗을 착실히 뿌리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 기반 산업은 광주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울산이 제조업 기반의 산업 도시에 머물러 있을 때 광주는 AI 중심 도시로의 전환을 꾀하며 미래형 신산업 분야에서는 선방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국립시설과 AI를 연계하여 문화도시로 도약하려는 의지는 분명 긍정적인 신호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체감형 신산업’에 있다. 우리는 세계 어느 도시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문화예술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아시아문화전당을 비롯해 광주비엔날레, 디자인 비엔날레 등등. 역사와 이야기가 깃든 수많은 공간과 행사가 광주 곳곳에 숨 쉬고 있다.

현대인의 ‘니즈’에 부합하는 트렌디하고 수준 높은 문화예술 관광산업을 육성할 잠재력은 차고 넘친다. 광주시가 관광객의 이동 편의와 접근성을 높이려 노력하고 관광을 산업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심지어 광주 동구에서는 ‘일상을 여행처럼’이라는 슬로건으로 체류형 예술·관광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런데 왜, 이토록 풍부한 자원과 의지에도 불구하고 원도심 공동화는 가속화되는 걸까?

왜 광주의 매력은 도시의 경계를 넘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는 걸까? 안타깝게도 우리 도시가 가진 문화예술의 심장은 아직 제 박자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듯하다. 마치 보석을 쥐고도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처럼, 광주는 ‘관심 부족’이라는 치명적인 병을 앓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신자유주의 정책 아래 국가 운영이 기업형 국가로 자리 잡는 시기이다. 이럴 때일수록 ‘미래 성장 동력’을 제대로 설정하고 추진하는 것이 그 어떤 과제보다 중요한 일이다. 단순히 경제적 논리를 넘어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며 궁극적으로 생기 넘치는 도시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광주가 가진 문화예술의 잠재력을 깨우고 이를 관광 산업으로 연결하는 것은 단순한 경제 활성화를 넘어 도시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시민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길일 것이다.

우리는 이제 ‘관심’을 넘어선 ‘집중’과 ‘실행’이 필요하다. 광주만의 고유한 역사와 정신을 담아낸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젊은 세대와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뻔한 축제나 전시가 아니라 광주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함’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광주비엔날레나 아시아문화전당을 중심으로 한 문화 지구를 더욱 활성화하고 전 세계 예술가들이 찾아와 머물며 창작하는 ‘예술 허브’로 키워나가는 건 어떨까? 아니면 크리에이터들이 광주의 숨겨진 매력을 발굴하고 AI와 융합된 영상으로 담아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좋겠다.

광주는 ‘꿀잼도시’를 지향하고 ‘신경제도시’로 나아가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이 현실이 되려면 AI 기반의 미래 산업과 함께 ‘체감형 문화예술 관광 산업’이라는 두 개의 날개를 균형 있게 펼쳐야 한다. 텅 비어가는 원도심에 다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광주의 거리에 활기찬 웃음소리가 가득 울려 퍼지는 그날을 위해 지금 바로 광주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때이다.

광주는 할 수 있다. 광주가 가진 AI 기술력과 풍부한 문화예술 자산을 잘 융합한다면 세계 어디 내 놓아도 꿇리지 않는 매력적인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AI와 문화예술 관광이 융합되어 도시를 체질 개선하는 방법들은 차고 넘친다. AI 문화예술 관광 플랫폼 구축, AI 기반 문화 콘텐츠 및 인터랙티브 아트 창작, 스마트 관광 인프라 및 데이터 기반 정책 수립, 미래형 아트시티 기반으로 ‘광주 AI-아트 레지던시&연구 허브(GAARH)’ 설립, ‘도시 반응형 AI 공공예술 프로젝트’ 추진 등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화도시 광주는 분명 해낼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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