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수용, 인도주의·연대감 갖고 따뜻한 시선을 - 나승빈 호남대 미디어영상공연학과 1년
2025년 07월 01일(화) 00:00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충돌까지 더해지며 유럽과 중동은 전쟁의 불길에 휩싸였다. 기후변화, 분쟁, 경제 불안정 등 복합 위기로 인해 난민이 늘어나며 ‘난민 수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1992년 유엔 난민협약에 가입했고 2013년 아시아 최초로 독립 난민법을 제정했지만 현실은 냉담하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까지 누적 난민 신청자는 약 12만 명에 이르지만 실제 인정자는 약 1300명 수준으로 인정률은 1%도 되지 않는다. 이는 유엔난민기구(UNHCR)에 기록된 독일(55%), 캐나다(60%), 프랑스(25%) 등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낮은 수치로 사실상 난민 수용을 거의 하지 않는 나라에 가깝다.

난민 수용은 시혜가 아니라 인류 보편의 가치를 실현하는 일이며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책임이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난민은 약 1억 1천만 명에 달하며 그 절반 이상이 아동과 여성으로 인간의 존엄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식민지 지배와 전쟁을 거치며 유엔과 여러 나라의 도움을 받아 오늘에 이르렀다. 지금은 우리가 받은 도움을 되돌려줄 차례다. 이는 단순한 도덕적 응답을 넘어 우리가 어떤 나라로 남을지를 결정하는 문제다.

물론 난민 수용에는 복지 부담, 문화 갈등 등 현실적 우려가 따른다. 하지만 외면한다고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 체계적인 심사 시스템과 정착 지원, 언어·문화 적응 교육, 직업 훈련, 주거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지역사회에는 공청회와 커뮤니티 중심 통합지원센터 운영이 필요하며 단순 수용이 아니라 ‘통합’을 설계해야 한다.

유엔난민기구와 각국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은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며 통합교육과 노동시장 연계를 통해 난민을 사회 구성원으로 전환했고, 캐나다는 시민사회가 직접 난민을 후원하는 제도를 통해 정착률을 높였다. 우리도 ‘공감 기반 난민 정책’을 구축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도 가능성은 이미 확인됐다. 2018년 제주에 입국한 예멘 난민 중 일부는 자립해 자영업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2021년 입국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도 직업훈련과 한국어 교육을 받으며 지역사회에 적응 중이다. 반면 대부분의 난민 신청자는 긴 심사 기간과 생계 보장 없는 체류 상태에 놓여 있고 정치권과 언론은 이들을 외면하거나 때론 정치 쟁점화한다. 일부 포퓰리즘 정치인은 국민 정서를 내세워 난민 혐오를 조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장벽은 정책 부재뿐 아니라 공감과 이해 부족의 결과다. 많은 국민이 난민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으며 이 틈을 편견과 혐오가 채운다. 따라서 정책은 수용 여부를 넘어서 인식 전환과 공동체적 상상력을 이끌어야 하며 교육·미디어·지역사회가 함께 ‘공존의 서사’를 만들어가야 한다.

더 나아가 난민은 단순한 도움이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동반자일 수 있다. 대한민국 통계청에 따르면 출산율은 0.7, 고령화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젊고 의지가 강한 난민은 사회의 활력이 될 수 있다. 이들은 노동력 보완뿐 아니라 다문화 감수성과 사회적 포용력을 넓히는 자원이 된다. 우리는 ‘누가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새롭게 던져야 한다.

난민을 무시하거나 배척하는 태도는 반인륜적이며 우리 과거를 잊는 행위다. 물론 인도주의 명분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외면하거나 문을 닫는 것이 해답일 수는 없다. 문을 연다는 것은 곧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보여야 할 자세는 차가운 방관이 아니라 따뜻하고 신중한 연대다. 우리는 과거에 받은 도움을 기억해야 하며 이제는 그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되돌려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이 과거의 고통을 넘어 성숙한 세계시민 국가로 나아가는 길이며 우리가 후손에게 남길 수 있는 진정한 자부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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