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미쳐볼까? KIA 선수들이 꼽은 ‘한국시리즈에서 미칠 선수’
[릴레이 인터뷰]
소크라테스→최형우→박찬호→이우성→나성범→김선빈→김도영→박찬호
2024년 10월 17일(목) 22:55
KIA 타이거즈가 2017년 이후 7년 만의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있다.

뜨거운 방망이를 앞세워 정규시즌을 1위로 마감한 KIA는 이번 ‘가을잔치’에서도 화력을 기대하고 있다.

포스트시즌에는 ‘미친 선수’가 등장하곤 한다. 경기를 지배하면서 승리를 이끌 미칠 선수, KIA 선수들이 기대하는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가?

올 시즌 김도영의 ‘40-40’급 활약을 예언했었던 소크라테스에게 가장 먼저 질문을 던졌다. 소크라테스의 선택은 최형우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많은 경험’. 최형우는 이번 가을 8번째 한국시리즈를 치르게 된다. 팀에서 가장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선수이고, 올 시즌에도 최형우는 ‘해결사’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 시즌 막판 쇄골 분쇄 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당했던 최형우는 우려의 시선을 뒤로하고 화려한 시즌을 보냈다. 올스타전 MVP까지 거머쥐었던 ‘최고참’이 한국시리즈에서도 빛나는 별이 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올 시즌 타선의 고른 활약이 있었기 때문에 최형우는 후배들을 믿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형우가 가장 주목하는 후배는 박찬호다.

“찬호 같은 애가 그라운드를 휘저어주면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게 최형우의 설명이다.

최형우는 “중심 타자들이 홈런 치는 것은 1~2개다. 이후 상대가 견제할 수 있는데 찬호는 매 경기 안타 1~2개씩 쳐주면서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감도 나쁘지 않고 찬호가 뭔가 열정이 끓어오르는 게 있다. 자기 입으로도 이야기하는데 벌써 긴장도 되고 뭔가 하고 싶은 의욕이 넘친다”며 “물론 그러다 안 될 수도 있는데, 찬호가 그래도 제일 잘할 것 같다. 나가서 도루도 하면서 휩쓸기도 할 것 같고 수비도 잘할 것 같고 다 잘할 것 같다”고 박찬호의 활약을 그렸다.

‘레전드’의 지목을 받은 박찬호는 “영광스럽다”며 “하던 대로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박찬호는 “형우 선배님이 말씀하시는 플레이가 티가 안 나는 플레이지만 현장에서만 알 수 있고 느끼는 그런 플레이이기도 하다. 그런 것들을 형우 선배가 좋게 생각해 주시는 것 같다”며 “첫 경기에 미쳐줘야 하는 선수는 나라고 생각한다. 첫 경기는 내가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찬호는 누굴 지켜보고 있을까?

“늘 그랬던 것처럼 한 경기씩 돌아가면서 잘할 것 같다. 우리는 한 경기 한 경기 이길 때마다 계속 그렇게 해왔다. 새로운 다른 선수가 미쳐왔다”며 동반 활약을 기대한 박찬호는 고심 끝에 ‘이우성’을 언급했다.

박찬호는 “이제는 잘 칠 때가 됐다. 사이클상 떨어진 지 너무 오래됐기 때문에 가장 확률이 높다. 이제 오를 일만 남았다. 그렇게 생각한다.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아있다”고 이우성이 막판 부진을 털고 활약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 시즌 1루수로 변신해 좋은 활약을 보여줬던 이우성은 지난 6월 햄스트링 힘줄 손상 부상 이후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우성은 “마지막에 안 좋았으니까 신경 쓰이고 걱정도 된다. 40여 일을 부상으로 쉬었다. 안 좋은 부위를 다쳐서 조금은 그 영향이 남아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많이 좋아지고 있다”며 “연습을 많이 하고 시간상으로 여유가 남다 보니까 좋아지고 있다. 1루로, 1루에서 3루로 전력으로 뛰고 이래야 풀리는 스타일인데 부상 이후로는 뭔가 안 됐다. 그래서 타석에서도 위축됐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또 “다 지나간 일이고 계속 좋은 생각을 하려고 한다. 21년에도 18타수 무안타 경험도 했다. 최대한 미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선배들에게 어떻게 몸관리를 하는지 많이 물어보고 있다. 몸을 최대치로 올리는 것만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다”며 “미칠 수 있도록 준비 잘하겠다”고 박찬호의 이야기대로 부진을 털어내고 좋은 활약을 선보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부활의 무대를 꿈꾸는 이우성은 나성범의 ‘한방’도 그리고 있다.

이우성은 “솔직히 다 미칠 것 같다. 우리팀 성향이 선배들이 치고 후배들이 따라가는 스타일이다. 성범이 형이랑 쳐주고 점수 차 조금씩 벌어지면서 후배들도 따라가고 찬호가 이끌고 이렇게 한다. 그래서 다 미칠 것 같은데 굳이 한 명을 꼽자면 성범이 형이다”며 “역전 홈런 쳐서 그걸로 분위기 타서 연승 쫙 이어가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성범이 형이 미칠 것 같다”고 언급했다.

나성범은 지난 8월 16일 LG와의 원정경기에서 9회 1사 3루서 역전 투런포를 장식하면서 3-2 승리의 주역이 됐다. KIA는 그 분위기를 이어 LG를 상대로 스윕승을 거뒀다.

올 시즌 KIA 명승부 중 하나로 남은 이 경기의 주인공 나성범은 팀의 중심타자이자 ‘주장’이기도 하다.

‘우승팀 주장’에 도전하는 나성범은 “나도 그 상상이 현실이 되면 좋겠다. LG전 홈런을 생각하면 그때가 한국시리즈였으면 어땠을까 싶다(웃음). 홈런은 가장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것 중 하나다”며 또 다른 한방을 기대했다.

“다 미쳐야 한다. 한 명만 미치면 안 된다”고 ‘원팀’을 이야기한 나성범, 개인적으로는 ‘친구’ 김선빈의 활약을 기대했다.

나성범은 “일단 경험이 많은 선수다. 항상 상대팀으로도 많이 봤지만 지난 3년 같은 팀으로 시합을 한 결과 그냥 잘 친다. 올해는 연속으로 못 치기도 하고 타율이 2할 7푼 정도로 떨어졌던 것도 봤었다. ‘선빈이도 사람이구나’, ‘나이도 있고 이제 조금 감이 떨어졌나’ 했는데 몰랐는데 어느 순간 후반기에 엄청 많이 쳤다”며 “우리가 못 칠 때 하나씩 퉁 치고 나가고 그러다 중간에 홈런 하나씩 나왔다. 올해는 홈런도 많이 나왔다. 선빈이가 어떤 역할을 할지 모르겠지만 중요할 때 칠 것 같다”고 ‘타격 천재’의 활약을 예고했다.

김선빈은 친구의 바람대로 ‘미칠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다.

김선빈은 “성범이가 그렇게 봐줘서 고맙다. 성범이가 말한 것처럼 한번 미쳐보도록 하겠다”며 “후반기에 아무 생각 없이 했는데 오히려 더 잘 된 것 같다. 감독님도 워낙 편하게 해주시니까 편하게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생각 없이 편하게 타석에 임하겠다는 각오지만 선배로서의 책임감은 크다.

김선빈은 “책임감이 조금 더 큰 것 같다. 지금은 고참이다 보니까 조금 더 선수들을 이끌어나가야 되는 것도 있고, 잡아야 하는 부분도 있어서 책임감이나 부담감이 큰 게 사실이다”며 “모든 선수가 부담감, 긴장감이 있겠지만 한 경기 한 경기 즐기면서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즐기자”는 김선빈은 김도영을 ‘미칠 선수’로 꼽았다.

김선빈은 “김도영이 잘할 것 같다. 도영이가 긴장도 많이 하고 부담도 많이 가질 테지만 즐겁게 편안하게 하다 보면 도영이만의 퍼포먼스를 다 보여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선빈의 지목을 받은 김도영은 말 그대로 2024시즌 ‘슈퍼스타’였다. KBO의 많은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김도영 열풍을 일으켰다.

김도영의 활약은 이번 한국시리즈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이기도 하다.

김도영은 “기대에 부응하겠다. 선빈 선배가 바라는 것은 크지 않다. 수비에서 기본적인 플레이 하고, 타석에서는 홈런을 바라지는 않는다. 출루해서 득점 공식을 만드는 그런 플레이를 선빈 선배가 원한다. 많이 출루해서 득점을 많이 쌓는 게 선빈 선배가 말한 플레이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홈런 칠 사람은 나 말고도 팀에 많다. 그런 것 의식하지 않고 내 할 일만 하겠다”고 홈런을 의식한 타격이 아닌 출루에 중점을 두면서 상대를 흔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첫 한국시리즈이지만 긴장감 대신 기대감으로 활약을 펼치겠다는 생각이기도 하다.

김도영은 “한국시리즈에 대한 큰 로망이 있다. 추운 날씨에도 그 뜨거운 열기가 있다. 경험을 해본 적은 없지만 그런 것을 기대하고 있다. 미리미리 그런 것을 기대하면 긴장도 안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로망의 무대를 기다리는 김도영은 미칠 선수로 박찬호를 이야기했다.

다시 한번 동료의 지목을 받으면서 릴레이 인터뷰의 대미를 장식하게 된 박찬호는 “나를 믿어줘서 고맙다. 팀 동료가 이렇게 믿어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축복받은 선수라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대입해 보고 하면 못할 것 같지는 않다. ‘평균은 하겠다’. ‘폐를 끼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기기만 하면 된다. 우승만 하면 된다”고 ‘타이거즈’라는 이름으로 모든 선수가 함께 만들 우승 순간을 이야기했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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