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고 굽고 튀기니…맛도 식감도 빼어난 쌀요리 재탄생
벼랑 끝 전남쌀 활로 찾기…순천 전국쌀요리경연대회 가보니
전국서 모인 10팀 누룽지 만두·쌀무스·쌀가루 스콘 등 기발한 요리
베트남 유학생 2명 양국 융합 요리 ‘눈길’…‘두비두밥’팀 대상 수상
2024년 09월 24일(화) 20:30
24일 순천시 용당동 효산고에서 열린 ‘제2회 전국 쌀요리 경연대회’ 참가자들이 찹쌀 머핀, 흑미 떡갈비 등 쌀을 활용한 요리들을 만들고 있다. /나명주 기자 mjna@
“농도 전남의 쌀소비를 위해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독창적인 요리를 선보이고 싶어요.”

24일 순천시 용당동 효산고에서 열린 ‘제2회 전국쌀요리경연대회’참가자들의 소망이다.

이날 전남도와 전남여성단체협의회 주최로 열린 쌀 요리대회에는 전국에서 모인 10팀이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참가했다.

이들은 전남 지역 농민들이 올해 쌀값 폭락과 더불어 유례없는 폭염에 벼멸구·폭우 피해까지 겹치면서 울상짓고 있는 점에 대해 걱정했다.

식생활의 변화로 쌀 소비까지 줄어드는 추세에 농민들이 쌀농사를 접으면 주식인 쌀을 수입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는 점에서다.

광주일보 취재진이 찾은 요리대회 참가자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다양한 쌀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찌고 굽고 튀기는 사이 평범했던 쌀은 색색의 요리들로 변했다.

1시간 30분의 조리시간 동안 누룽지로 만든 만두, 쌀로 만든 무스(거품이 가미돼 생크림 같은 질감을 보여주는 식품)를 이용한 케이크, 쌀가루로 만든 스콘 등 기발한 요리들이 탄생했다.

완성된 요리를 마주한 30명의 시식 평가단은 “쌀을 이용해 밥이나 죽을 하기만 했지 이렇게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을줄 몰랐다”며 감탄했다.

경기 시흥의 한국조리과학고 소속 참가팀인 ‘존잘팀’은 표고버섯의 풍미를 더한 닭죽과 쌀가루를 이용한 딸기떡 등을 선보였다.

존잘팀의 고영훈(18)군은 “친구들이 빵이나 고기를 즐기지만 밥은 ‘먹는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 같았다”며 “젊은 세대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레시피 개발을 통해 쌀요리의 매력이 모두에게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빵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밥 대신 빵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인구도 늘어나는 만큼 쌀가루를 활용한 베이커리 제품이 전남 지역 쌀 산업의 활로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흑미를 활용해 머핀을 만들어낸 ‘흡성대공팀’ 소속 권예찬(24)씨는 “밀가루와는 다르게 차진 식감이 쌀의 매력이다. 이 식감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요리의 목표였다”며 “쌀가루는 글루텐이 없어 밀가루의 훌륭한 대체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쌀의 나라’ 베트남에서 온 유학생 2명은 전남 쌀과 베트남 전통요리 ‘넴꾸온(NEM CUON·월남쌈)’을 융합했다.

순천 청암대에서 유학 중인 펑녹안(여·30)씨는 “베트남에서는 쌀이 주식이고 국수나 밥 뿐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한다”며 “한국 쌀은 베트남 쌀과는 달리 찰기가 있어 색다른 조합이 가능하다. 전남 쌀과 베트남 요리의 콜라보를 많은 사람이 즐겼으면 한다”고 전했다.

심사위원 평가와 모니터평가단의 심사를 거쳐 선정된 대상 수상팀은 순천 효산고 학생들로 구성된 ‘두비두밥’팀이었다.

두비두밥팀은 ‘삼색 누룽지 만두’를 만들어냈다. 밀가루 대신 누룽지로 만두피를 대체하고, 지역 특산물인 미나리를 넣어 풍미를 살렸다. 심사위원들은 누룽지 만두가 창의적일 뿐 아니라 누구나 만들기 쉽고, 상품화하기 좋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박하은(여·18)씨는 “쌀은 밀보다 훨씬 고소하고 소화가 잘된다”며 “독특한 식감과 쌀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누룽지를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레시피가 전남 쌀 소비 증가에 기여했으면 좋겠다. 다양한 레시피를 개발해 지역 특산품의 매력을 알리고 싶다”며 우승 소감을 밝혔다.

전남도는 전남 쌀 소비 촉진을 위해 대회에서 수상작 레시피를 팸플릿으로 제작해 외식업계 등에 배포할 예정이다. 단체급식 접목 가능성도 검토한 후 공공급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요리 레시피 동영상을 SNS에 업로드해 전남 쌀의 다양한 활용법을 홍보할 계획이다.

심사위원을 맡은 김찬성 남부대 호텔조리학과 교수는 “쌀의 다양한 활용방안을 찾는 이번 대회가 전남 지역 쌀의 매력을 알릴 뿐 아니라 침체된 농가와 외식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며 “쌀 소비가 되살아나고 쌀 값이 안정돼 농민 시름을 덜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순천=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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