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이종범? 제1의 김도영!
KBO 리그 최초 ‘월간 10홈런-10도루’ 이어 전반기 ‘20-20’ 달성
“시련의 시간, 조급함 대신 여유 생겨…평정심 유지하며 성장할 것”
2024년 06월 26일(수) 10:30
KIA 타이거즈 김도영이 프로 3년 차에 ‘20-20’을 이루면서 본격적인 야구 기록 행진에 나섰다. <KIA 타이거즈 제공>
제2의 이종범? ‘제1의 김도영’ 역사가 시작됐다.

KIA 타이거즈 김도영은 올 시즌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 중 한 명이다.

김도영은 지난 4월 KBO리그에 없던 ‘월간 10홈런-10도루’라는 기록을 만들었다. 지난 23일에는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이글스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20-20’까지 완성했다.

‘괴물’ 류현진을 상대로 만든 기록이라 더 극적이었다.

1회초 김도영과 류현진의 눈길 끄는 첫 맞대결이 펼쳐졌다. 3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장한 김도영은 2사에서 류현진을 마주했고, 3구째 스탠딩 삼진으로 물러났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했던 류현진의 노련함과 제구가 빛난 장면이었다.

김도영은 “당했다”며 류현진을 마주한 첫 타석을 이야기했다.

김도영은 “전력분석을 했을 때 변화구 비율도 높았다. 어느 정도 그려놓은 변화구 구종 같은 게 있었는데 초구 직구가 왔다. 두 번째 커터는 나한테 멀어 보였다. 가까이에 왔으면 방망이가 나갔을 것인데 선에 거칠 정도로 정확히 제구가 됐다”며 “원래 투나씽에서는 그런 공에 나가는데 당했다. 빵 들어올 줄 몰랐다. 변화구로 유인하겠다 생각하면서 존만 지키려고 하다 보니 바깥쪽 직구에 손이 안 갔다”고 설명했다.

3개의 공을 지켜본 뒤 그대로 벤치로 물러났던 김도영은 4회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다시 흘려보낸 뒤 낮게 변화구가 빠지면서 1스트라이크 1볼, 김도영이 3구째 125㎞ 체인지업에 반응했다. 김도영의 방망이를 떠난 공은 175.59㎞의 스피드로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면서 비거리 130m의 홈런이 됐다.

이날 경기 전까지 22도루를 기록하고 있던 김도영은 이 홈런으로 ‘20-20’을 완성하면서 단숨에 리그를 대표했던 타자들과 이름을 나란히 하게 됐다.

‘20-20’은 타이거즈의 12번째, KBO리그의 57번째다. 2018년 로저 버나디에 이은 기록이자 국내 선수로 따지면 2003년의 이종범을 소환해야 한다.

또 김도영은 20세 8개월 21일의 나이에 기록을 만들면서 김재현(LG·18세 11개월 5일)에 이어 최연소 ‘20-20’ 2위에 이름을 올렸다.

73경기에 기록을 완성하면서 이병규(LG·68경기), 박재홍(현대·71경기)에 이어 테임즈와 최소 경기 공동 3위 주인공이 된 김도영. 전반기에 ‘20-20’을 만든 선수로도 박재홍(1996·2000년), 이병규(1999년), 테임즈(2015년)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김도영은 “매 타석 직구를 생각하고 나간다. 직구 오면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갔는데 체인지업이 왔다. 치면 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그 타석에서 체인지업이 이렇게 오면 맞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3구째 직구를 노렸는데 체인지업이 그것보다 하나 더 들어왔다. 생각한 대로 타격이 돼서 신기했다. 신기하고 기분이 붕 떴다”고 기록의 순간을 이야기했다.

이어진 부상으로 부침의 시간을 보냈던 그는 프로 3년 차에 자신의 역사를 시작했다. 시련의 시간이 김도영을 단단하게 만들었고, 마침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김도영은 “시즌 초반에는 좋아질 기미가 안 보이니까 ‘올해는 이러다 끝나겠구나’하고 내려놨었다”면서도 “확실히 작년, 재작년 경험이 쌓이다 보니까 크게 조급하지는 않았다. 플레이하면서 보이는 것에도 여유도 생겼다”고 말했다.

또 실패와 성공의 경험이 ‘꾸준함’을 만들었다.

김도영은 “가만히 있으면서 때가 되면 올라온다 이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때가 되기를 기다리는 게 맞다. 좋을 때 어땠는지 이런 걸 적어놔서 (페이스가) 떨어져도 짧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기록도 잘 나오니까 평정심으로 야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성고 시절부터 ‘제2의 이종범’으로 주목을 받았던 김도영은 타이거즈의 마지막 1차 지명 선수다. 한화 이글스의 ‘강속구 투수’ 문동주와 발표날까지 1차 지명 경쟁을 벌였던 김도영은 KIA의 선택을 받은 뒤 “이종범의 플레이를 하면서 제1의 김도영이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었다.

그리고 올 시즌 김도영이 자신의 바람대로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김도영은 “팬분들이 바라시는 것도 그렇고 ‘제1의 김도영’이 되라고 많이 말씀하시다. 말한다고 다 따라갈 수는 없으니까 미숙한 것부터 차근차근 성장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매년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김도영’이라고 생각한다. 제1의 김도영 좋다”고 이야기했다.

이종범을 떠올리게 하는 플레이로 올드팬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김도영이 고졸 3년 차에 ‘김도영의 야구’를 열면서 관중석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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