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전’ 국악 신명에 무등산도 덩실덩실~
[리뷰-광주문화재단 전통문화관 올 첫 상설공연]
13년차 전통예술 브랜드 공연
가야금 독주·정가·퓨전 국악 등
한옥의 정취·전통 가락 어울림
오자미·투호 등 민속놀이 체험도
2024년 04월 16일(화) 21:30
전통문화관 너덜마당에서 퓨전국악팀 ‘케이소리’가 블랙핑크 ‘Shut down’을 국악 버전으로 연주하고 있다.
무등산을 배경으로 내걸린 용마루와 합각. 기왓장을 타고 흐르는 우리 전통의 ‘신명’이 아름답다. 예스러운 멋이 깃든 야외정원에는 25현 가야금의 선율이 울려 퍼지고, 관객들은 ‘얼쑤’, ‘지화자’ 소리를 내며 어깨춤을 춘다.

광주문화재단 전통문화관이 무등산권 관광·전통공연문화 확산을 위해 기획한 ‘2024 토요 상설공연’ 공연장. 지난 13일 막을 올린 공연은 올해 ‘토토전’(토요일, 토요일은 전통문화관에서 놀자) 시리즈 첫 무대로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누적 관객수 16만 명을 돌파한 상설공연 토토전은 올해 13주년을 맞은 광주 전통예술 브랜드 공연이다.

이날 오후 3시 전통문화관은 입구부터 ‘오자미 던지기’, ‘죽방울 놀이’, ‘투호 놀이’ 등 민속 놀이를 체험하는 아이들과 관객들로 붐볐다.

한옥의 대문과 뜨락을 거쳐 내부로 들어가니 신록이 드리운 야외 정원 무대 ‘너덜마당’이 관객들을 반겼다.

무등산 서석대의 이름을 본딴 한옥 ‘서석당’ 앞에 자리한 너덜마당은 고즈넉한 풍경과 한옥의 고매한 정취가 어우러진 공연장이다. 서석당 아래로 층계를 만들고 객석 주변에 건축물이 있어 야외 무대임에도 효과적으로 음향을 전달하는 구조였다.

이날 공연은 KBS 불후의 명곡 등에서 이목을 끌었던 ‘케이소리’가 출연해 ‘K-도시풍류’라는 주제로 전통 레퍼토리를 들려줬다. 박혜령(대표·가야금), 민라한(대금), 양루채(해금) 및 정혜인(보컬)으로 이루어진 4인조 여성 퓨전국악팀으로 전국적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공연의 막은 25현 가야금 독주곡 ‘뱃노래’로 열었다. ‘12현 가야금’을 개량해 민요, 가요, 팝송 등을 구현하는 ‘25현 개량 가야금’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곡이었다. 이어 드라마 ‘사도’ OST ‘꽃이 피고 지듯이’, ‘추노’ OST ‘비익련리’ 등 대중에게 익숙한 가락들도 울려 퍼졌다.

정가를 위한 ‘오래된 정원’, 고가신조 ‘북천이 맑다커늘·어이얼어자리’도 들을 수 있었다. 대학에서 정가를 전공한 정혜인 보컬은 구수한 성음과 전통의 신명이 깃든 목소리로 우리 소리의 진수를 보여줬다.

세계에 K-POP의 매력을 알리고 있는 걸그룹 ‘블랙핑크’의 ‘Shut down’을 국악 버전으로 편곡한 레퍼토리로 클라이맥스를 장식했다. 중독성 있는 리스트의 클래식 곡 ‘라 캄파넬라’에 나오는 주선율에 국악기 가락을 접목, 전통과 현대를 자연스럽게 조화시켰다.

라 캄파넬라는 원곡에서 피아노 고음부가 종소리를 드라마틱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두 줄’ 뿐인 해금의 멜로디 라인에 25현 가야금의 반주를 곁들여 재현하는 모습 등은 인상적이었다.

이 밖에도 콜드 플레이의 ‘Viva la vida’를 비롯해 케이소리 앨범 수록곡 ‘사랑, 닻’, ‘캐논 아리랑’ 등도 귀를 즐겁게 했다. 앙코르곡 ‘아름다운 나라’는 무등의 산수 풍경과 어우러져 가락의 묘미를 선사했다. 관객들은 연신 ‘얼쑤’, ‘지화자’ 등 추임새를 넣으며 한 판 마당극에 온 듯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었다.

공연이 끝나고 케이소리 박혜령 대표는 “전통문화관에서 연속으로 기획한 ‘토토전’ 첫 무대를 장식할 수 있어 영광이다”며 “무등산 자락과 아름다운 자연 풍광이 어우러진 이곳에서 광주 시민들의 ‘전통 예술’에 대한 열기를 느꼈다”고 말했다.

한편 전통문화관 토토전은 매월 첫째 주 ‘판소리·산조 무대’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오다나·박정진(5월 4일), 주현주·성유미(6월 1일), 김다정·하은비(7월 6일), 강완규·이은숙(8월 3일)을 비롯해 신혜인·정민조(9월 7일), 김근희·정인선(10월 5일), 소민영·홍윤진(11월 2일) 등이 출연한다.

매월 둘째 주는 ‘국악창작 무대’로 이번 케이 소리 공연이 첫선, 이후 예락(5월 11일), 창극프로젝트 소리치다(6월 8일), 국악콘텐츠제작소 나랩(7월 13일), 부나비즈(8월 10일), 타악집단 자우(9월 14일), 도도소리(10월 12일) 등이 무대에 오른다. 이 밖에도 연희·무용 무대(셋째 주), 무형문화재 무대(넷째·다섯째 주) 등도 다양한 레퍼토리로 관객들을 찾아온다.

광주문화재단 선미영 전통문화팀장은 “올해 전통의 신명과 풍류를 기치로 걸고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인 ‘토토전’은 총 9회의 무형문화재 기획 공연, 사전 공모를 통해 선발한 21회 공연을 포함해 총 30회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며 다양한 전통예술의 향연이 무등산 자락을 물들일 것이다”고 말했다.

무료 공연.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new.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new.kwangju.co.kr/article.php?aid=1713270600767080007
프린트 시간 : 2025년 06월 06일 20:4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