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크 번트’에 속지 마라…KIA, 놀이 같은 훈련으로 실력 업
야수진, 타자·주자 나눠 번트 게임…압박감 이기고 공격적 주루 훈련
2024년 02월 15일(목) 20:30
호주 캔버라에서 스프링캠프 중인 KIA 타이거즈 야수들이 타자와 주자로 나눠 번트게임을 하고 있다.
즐거운 경기를 위해 훈련부터 즐겁다.

KIA 타이거즈의 스프링캠프가 꾸려진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에 웃음 가득한 훈련이 진행됐다.

야수진이 두 조로 나눠 타자와 주자로 섰다.

타자의 역할은 번트, 주자의 임무는 번트 페이크 동작에 속지 않으면서도 공격적으로 주루를 하는 것이었다.

룰은 이랬다. 타자가 초구에 번트를 대 그라운드에 세워진 콘 밖, 선상으로 공을 보내면 2점을 얻는다. 더 많은 점수를 얻고 싶다면 초구에 페이크 동작을 해 주자의 역동작을 유도, 1점을 만든 뒤 2구째 번트에 성공하면 된다. 그러면 번트 점수까지 해서 3점을 한 번에 얻을 수 있다.

3점을 얻기 위한 위험부담은 있다. 페이크 동작을 했는데 상대가 속지 않을 경우에는 -1점이 되기 때문에 2구에 성공해도 1점에 만족해야 한다.

번트 기회는 두 번. 1구에 성공해야 2점, 2구째 번트를 기록하면 1점을 가져갈 수 있다.

조재영 주루 코치는 3년 차 윤도현과 김도영을 각 팀의 ‘주장’으로 임명해 번트 경기를 진행했다.

두 선수는 경기에 앞서 드래프트를 진행해 팀을 구성했다. 전체 1차 지명의 영광은 김선빈에게 돌아갔다. 윤도현이 김선빈을 가장 먼저 호명했고, 김도영은 박찬호를 1차 지명 선수로 해 역할을 맡겼다.

팀을 대표해 먼저 타석에 들어선 두 선수는 초구에 가볍게 번트에 성공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김도영팀의 2차 지명 서건창도 좋은 흐름을 보였지만 윤도현팀 2차 지명 최원준은 두 개의 공이 모두 파울라인을 벗어나면서 점수를 얻는 데 실패했다.

이런 식으로 ‘주장’들이 선발한 선수들 순서대로 번트 대결이 전개됐고, 결과는 김도영팀의 승리였다. 이날 패배로 윤도현의 기대 속에 3번이라는 빠른 지명을 받았던 나성범이 팀을 대표해 오키나와 캠프에서 커피를 사게 됐다.

번트는 작전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때에 따라서는 안타보다 더 흐름을 바꾸는 결정타가 되기도 한다. 득점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부분이지만 선수들이 어려워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선수들은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기술을 ‘즐거운 훈련’을 통해 집중력을 가지고 익혔다.

훈련을 이끈 조재영 코치는 “시합 때 번트 대는 게 쉽지 않다. 압박감 속에서 하는 게 쉽지 않다. 타자가 번트를 못 대더라도 주자들이 도와줘야 한다. 주자는 너무 안정적으로 할 생각하지 말고, 타자가 조금 못 대더라도 주루를 잘해서 살아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해야 한다”며 “모두가 지켜보는 상황에서 번트를 대니까 긴장감이 있었을 것이다. 경기에서는 더 압박되는 상태에서 이런 상황이 나온다. 주루 플레이로 타자를 도와줄 수 있게 하라는 것이다”고 선수들에게 훈련의 의미를 설명했다.

한편 적절한 지명으로 승리를 이끈 김도영은 “찬호형은 기본적인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뽑았다. 스타트가 중요하다. 서건창 선배가 번트를 잘 대신다고 해서 2차로 지명했다”며 “뿌듯하다. 스카우트가 된 기분이다. 스카우트분들이 뽑은 선수가 잘 됐을 때 느낌이 이런 것 같다”고 웃었다.

/호주 캔버라=글·사진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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