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답게 뛰며 ‘타이거즈 V12’만 생각하겠다”
지난해 시즌 막판 부상 아쉬워…새 시즌 첫 목표는 ‘건강’
팬들과 함께 전남대어린이병원에 800만원 기탁 선행도
2024년 01월 08일(월) 22:45
KIA 타이거즈 박찬호(왼쪽에서 4번째)가 최근 전남대학교어린이병원에 800만원을 기탁한 뒤 안영근 병원장(왼쪽에서 세 번째)등 전남대병원 관계자와 팬카페 루케테차노 회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남대병원 제공>
KIA 타이거즈 박찬호가 오로지 ‘우승’을 위해 2024시즌을 준비한다.

박찬호의 2023시즌은 ‘희노애락’이었다. 골든글러브 후보로 언급될 정도의 뜨거운 플레이로 그라운드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고, 일부 악플러들의 유난한 댓글에 상처도 받았다. 손가락 인대 부상에 이어 손목 골절 부상을 당하면서 팀이 가을잔치에서 멀어지는 모습을 애타는 심정으로 지켜보기도 했지만 ‘야구의 맛’을 제대로 느낀 시즌이기도 했다.

박찬호는 사연 많았던 시즌을 ‘기부’라는 좋은 일로 마무리했다. 그는 최근 자신의 팬카페 루케테차노 회원들과 전남대학교 병원을 찾았다.

박찬호는 안영근 병원장, 박창환 진료부원장, 김영민 사무국장 등이 참석한 발전후원금 전달식을 통해 전남대학교어린이병원에 800만원을 기탁했다.

매 경기 성적에 따라 팬카페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적립했고, 이에 맞춰 박찬호와 KIA 타이거즈 후원업체인 키스코(Kysco) 김원범 대표도 정성을 더해 마련한 금액이다.

이날 전달된 기탁금은 전남대어린이병원에 입원 중인 저소득층 아이들의 치료를 위해 쓰이게 된다.

지난겨울에도 광주영아일시보호소에 600만원을 전달했던 박찬호는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팬들과 함께하는 기부라서 더 의미 있다. 차근차근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좋은 일로 다사다난했던 2023년을 마무리한 박찬호는 ‘건강’을 우선 목표로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KIA 순위 싸움의 전면에 섰던 박찬호는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가 손가락 인대 부상을 당했다. 부상투혼을 하며 ‘가을잔치’를 노렸던 그는 10월 4일 KT전에서 선발 투수의 공에 왼쪽 손목을 맞아 골절 부상을 당하면서, 아쉽게 시즌을 마감했다.

부상을 지난 시즌 아쉬움 중 하나로 꼽는 박찬호지만 ‘박찬호다운 플레이’는 변함 없을 예정이다.

박찬호는 “내 플레이를 두고 다칠 것 같다는 우려를 많이 하셨다. 실제로 이렇게 다쳐본 것은 처음이다. 여러 생각이 든다”면서도 “그렇다고 내가 몸을 사리려고 하면 내 성적이 안 나올 것 같다. 내 마음가짐도 흐트러질 것 같다. 지금처럼 플레이하겠지만 이제는 1루 슬라이딩은 안 해야 한다”고 웃었다.

부상보다 아쉬운 것은 팀 성적이다. 박찬호는 2022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통해 기다렸던 ‘가을잔치’의 꿈을 이뤘다. 하지만 단 1경기 만에 끝나버린 순간이 못내 아쉬웠던 박찬호다. “더 오래 가을 야구를 하겠다”는 각오로 2023시즌을 맞았지만 KIA는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박찬호는 “2023시즌을 돌아보면 아쉽다. 부상도 그렇지만 팀 성적도 아쉽다. 지금 방망이 잡고 기술 훈련하고 있다”며 “내가 잘해야 우승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개인적인 지표보다는 팀 성적, 우승만 생각하고 있다. 개인 성적은 장담 못하겠지만 무조건 매년 발전하겠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고, 매년 목표가 발전이니까 거기에만 포커스를 두겠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시즌 일부 악플러들의 냉담한 시선도 받았지만 그라운드에서 접하는 팬들의 뜨거운 함성이 박찬호를 움직였다.

박찬호는 “시즌 초에는 팬들이 미울 때도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못할 때도 야구장에서 들리는 함성은 똑같았다. 그 부분에서 멘탈을 잡고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팬들에게 감사하다. 끝나고 나니까 결국 야구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광주에서 야구 잘하는 선수로 살아간다는 것, KIA 타이거즈 선수로 살아간다는 것은 대단한 일인 것 같다”며 “처음에는 밥도 편하게 못 먹고 피곤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아이가 생겨서 더 마음이 그런 것 같은데, 모르는 사람들이 내 애를 예뻐해 주시고 어디를 가든 더 챙겨주시려고 한다. 따뜻하다. 거기에 빠져 살고 있다”고 웃었다.

골든글러브 시상식도 ‘잘하는 선수’로 살고 싶은 박찬호의 마음을 자극하는 무대가 됐다. 일반적으로 유력 수상 후보만 시상식에 참가하지만 ‘2등’ 박찬호도 행사에 참가해 진심으로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박찬호는 “안 될 것 알았다. 안 갔어도 됐지만 그 자리가 궁금했다. 그런 자리에 엄청난 선수들과 같이 앉아있는 것 만으로도 동기부여가 될 것 같았다. 와이프도 ‘못 받으면 어때’라면서 적극적으로 가라고 했다”며 “좋은 동기 부여가 됐다. 올 시즌 팀 우승하고 당당히 시상식에 참석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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