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과 ‘쿡방’의 시대…맛있게 차린 ‘교양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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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과 ‘쿡방’의 시대…맛있게 차린 ‘교양 한 그릇’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교양 한 그릇, 박찬일 지음
2025년 09월 19일(금) 00:20
주말이면 주부는 음식 때문에 고민이다. ‘주말인데 뭘 먹지?’라는 생각을 하다 보면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남편과 아이들도 은근히 주말 음식을 기대한다. 집에서 간단히 먹기도 하지만 밖에 나가 외식을 할 수도 있다.

외식을 하자고 결정을 해도 고민이 끝난 것은 아니다. 메뉴는 무엇을 선택할지를 두고 가족끼리 의견통일이 되지 않을 때가 있으니 말이다. 저마다 식성이 다르고 먹고 싶은 음식이 다르다 보니 메뉴를 결정하기까지도 진통이 따르기도 한다.

오늘날은 음식 가지 수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종류가 다양하다. 세계화의 영향으로 곳곳에 들어선 외국 식당들을 볼 수가 있다. 맛도 이름도 생소한 음식들은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선뜻 손길이 가지 않을 때도 있다.

익숙한 음식은 한정돼 있기 마련이다. 잡채, 떡볶이, 라면, 김밥, 치킨, 냉면, 돈까스, 삼겹살 등은 비교적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음식이다. 물론 카레, 파스타, 햄버거, 치킨, 피자 등도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박찬일 셰프의 ‘맛에 진심이라면, 교양 한 그릇’은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머니 옆에서 콩나물과 마늘을 다듬으며 요리를 시작했다”는 박 셰프가 쓴 ‘한국인의 소울 푸드’에 관한 책이다.

지난해 넷플릭스 예능 프로에서 인기를 끌었던 ‘흑백 요리사’라는 프로가 있다. 신진 스타 셰프들이 탄생한 계기가 됐으며 ‘먹방’이나 ‘쿡방’도 더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치킨은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음식 가운데 하나다. 먹는 사람도 많지만 치킨집을 운영하는 사람도 많다. 양념에 따라 튀기는 방법에 따라 치킨 종류도 손에 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우리나라를 일컬어 ‘치킨 공화국’이라고 하는 것은 치킨이 연령을 불문하고 최애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프라이드치킨의 원조는 미국이다. 그 이면에는 노동력 착취라는 어두운 역사가 자리하고 있다. 18~19세기 무렵 미국 남부 농장주들은 로스트치킨을 즐겨 먹었다. 닭 속에 감자, 당근 등 채소를 넣고 통째로 구운 요리다. 배가 고픈 노예들은 농장주들이 버린 닭 뼈를 먹기 위해 기름에 튀겼다. 이것이 프라이드치킨의 효시가 됐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치킨의 매력은 닭 한 마리를 통째로 먹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여러 부위의 맛을 느낄 수 있는데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다. 별다른 기술이 없어도 손쉽게 조리할 수 있다. 설탕과 다양한 조미료도 색다른 풍미를 느끼게 한다, 여기에 언제 어디서나 치킨을 맛볼 수 있게 하는 배달문화는 ‘치느님’에 대한 애정을 강화시키는 요인이다.

명절이나 잔칫날에 빠지지 않는 음식이 잡채다. 다양한 재료들이 들어가지만 이것이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이다. 바로 당면이다. 잡채는 채소와 고기를 볶아 삶은 당면을 넣어 만든 국수 요리다. 당면은 잡채에 빠져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재료다.

박 셰프는 ‘잡채=당면’으로 인식되는데, 당면 잡채 요리법이 정착된 것은 60년대로 추정된다고 설명한다. 6·25전쟁을 겪으며 세계 빈국으로 추락할 만큼 어려웠던 우리나라에서 당면은 중요한 식재료였다. 여러 사람이 함께 먹을 수 있었고 배고픔을 면하게 해주었다.

오늘날 순대가 대중화된 데에도 당면의 역할이 컸다. 일반적으로 순대는 고기, 채소 등을 돼지 창자에 넣어 만들어 먹는 요리였다. 그러나 당면을 넣어 재료비를 낮춤으로써 순대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굽는 불판 종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다. 솥뚜껑, 석쇠, 철판, 돌판 등 다양한 불판 재료가 있는데, 삼겹살은 이 같은 불판 다양화에 기여했다. 회식 메뉴로 삼겹살이 선호되는 것은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사시사철 각양각색의 맛을 지닌 냉면을 비롯해 ‘나눠 먹어서 즐거운’ 피자, 동서양을 넘어 고급스러운 요리의 대명사 스테이크 등 친근하면서도 맛있는 음식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저자 박찬일은 광주일보 칼럼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필자로 활약하고 있다.

<북트리거·1만6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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